삼국지

10년짜리 숙제
2021-05-30

중학교 때 부터 삼국지를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릴적 큰아버지 집에서 노란색 이문열 삼국지를 처음 봤다. 아버지는 교양으로서 삼국지를 권하곤 했다. 똑똑한 친척들이 삼국지를 읽는 모습을 봤다. 나도 똑똑해지려면 삼국지를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몇번 읽어보려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읽기 어려워 손이 가질 않았다.

입시에서 해방되어 대학생이 된 이후, 숙제처럼 남겨진 삼국지를 읽었다. 술자리에서도 삼국지 농담을 친구들을 보면서 다시 삼국지를 알아야 할 것만 같았다. 물론 그시절 친구들은 소주뚜껑을 눈에 붙이고 하우돈이라고 우기는 정도였다. 스물 한두살 가을 즘이었나, 이문열 삼국지 10권을 수개월에 걸쳐 읽었다. 면접에서 최근 읽고 있는 책이 있냐는 질문에 "이문열 삼국지를 읽고 있습니다."하면서 내안에 솟아오르는 허영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다시 최근에 침착맨을 통해 삼국지를 접했다. 의무감에 삼국지를 읽었던 나와 반대로 침착맨은 삼국지 덕후다. 그래서 나도 이번엔 이야기 자체를 즐기고 싶었다. 일부러 쉬운 삼국지 책을 골랐다. 수년 전에 꾸역꾸역 읽던 것과 달랐다. 정말 소설읽듯 쉽고 빠르게 읽어나갔다. 더불어 넷플릭스에서 삼국지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숙제 같았던 삼국지의 내용이 조금 편안해졌다. 이제 정말 재미와 교훈을 느낄 수 있을것만 같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QIIZpxDZjsk

한편으로는 삼국지 자체에서 지나치게 교훈을 얻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한다. 조조나 유비 혹은 수많은 전투와 모략을 생각하며 억지로 내 삶에 대입하려고 하지 않으려 한다. 그저 세상을 누비는 영웅들의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삼국지는 재미가 있다. "나는 상산의 조자룡이다!" 하고 조자룡의 패기를 마음속으로 느끼는 것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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