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의 긴 휴가

노트북,속초,음식점,아이슬란드,iOS
2020-12-22

노트북을 들고갈까 말까.

여행을 갈 때 노트북을 들고가야 하는 지 항상 고민이다. 주로 여행에도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하거나 책을 읽는다. 어느날부터 아이패드미니로 무거운 노트북을 대체하고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노트북이 없으니 코딩은 포기해야 하고, 격렬한 글쓰기도 쉽지 않다. 이럴 땐 읽기 모드다. 주로 코드나 글을 쓰는 대신 무언가 읽는 것이다. 노트북은 항상 달고 사니까, 이번 여행에서는 노트북을 챙기지 않으려 했다.

일요일 오전 10시 속초행 버스를 예약했지만, 새로운 사이드프로젝트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에약을 미루고 지인들을 만났다. 처음에는 iOS 개발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해본적이 없기에 함께 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냥 하고 싶은 마음에 하기로 했다. iOS 개발을 해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금은 덜하지만 3-4년차까지는 정말 어디가나 노트북을 들고가 코딩을 했다. 무엇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즐거움과 성장에 대한 초조함이 섞여 있었다. 오랜만에 이런 초조함 섞인 설레임을 느꼈다. 그래서 이번이 짧은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변덕스럽게 노트북을 챙기기로 생각을 바꿨다. 가방을 다 싸고 집에서 1시간 걸리는 곳으로 나왔음에도, 다시 집에 돌아가 노트북을 챙겼다.

닫혀버린 음식점들

무작정 도착하자마자 밤에 택시를 타고 순대국 집을 찾아갔다. 애석하게도 음식점은 닫혀 있었다. 분명 네이버나 구글맵에는 영업시간이었는데 말이다. 다음날도 비슷했다. 제법 규모가 있더라도, 현대화? 되지 않은 느낌의 음식점을 찾아 걸었다. 그러나 닫혀있었다. 닫힌 가게를 멍하니 바라보며 배신감을 조금 느꼈다. 피곤함이 살짝 올라왔다. 원래 여행이란 비효율적인 것이라 위로해보았지만, 첫번째 헛걸음 아니다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다시 '섭국 맛집'을 검색을 했다. 그러자 4-5층짜리 빌딩 전체를 사용하는 음식점이 나왔다. 오랜 기간 살아남아 잘나가는 음식점이었다. 이번에는 헛걸음 하지 않기 위해 미리 전화를 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문자 한통이 왔다. 위치부터 메뉴 등 음식점 내용이 담긴 자동화된 메시지었다. 헛걸음한 가게들과 다르게 심히 체계적인 느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들어가자마자 안내하는 사람이 있고, 무전기를 사용했다. 음식은 서빙로봇을 통해 이루어졌다. 빠릿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끝내 먹은 섭국은 맛있었다.

아이슬란드

2박 3일간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을 잤다. 조금 컨셉이 있었는데, 1층이 서점이고 2층이 작은 숙소인 곳이었다. 요즘 이런것을 북스테이라고 하는 것 같다. 속초 시내를 돌아다닐 생각은 전혀 없었고, 그냥 게스트하우스에 짱박혀서 책만 읽다 올 계획이었다. 아이패드로 전자책을 보며 잠들었지만, 북스테이를 온 사람으로서 1층 서점은 들리는 게 당연했다. 자연스레 매대 위의 책들을 살펴보았다. 유명세나 출판력에 치우치지 않고 책을 안내하겠다는 주인장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독립출판물도 좀 보이고. 직접 출판을 한것 같기도 하고. 저항, 섬세함 혹은 힙함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한권 사고 싶었다.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 이라는 책을 샀다. 한 작가가 노안이 와서 절필을 하고 아이슬란드 히치하이킹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돈은 없지만 시간이 많은 작가의 두달여간의 배낭 여행기가 담겨져 있다. 나도 오년전에도 아이스란드의 오로라 사진을 보고 언젠가 한번쯤 가고싶다는 생각을 해왔었다. 더불어 얼음과 용암이 공존하는 아이슬란드처럼 극단적인 성격과 생각을 동시에 가졌다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인 아이슬란드는 희미하면서도 분명하게 내 머리속에 멤돈다. 엉뚱하게 속초에서 아이슬란드가 다시 나를 사로잡았다.

다시 iOS

사이드프로젝트를 하면서 '앱을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앱이여야만하는 아이템들이 있다. 예를들어 카메라 필터앱 같은 것들말이다. 다시 시작된 사이드프로젝트에 앱을 개발해야 했기에 5년만에 다시 더듬더듬 iOS 앱을 개발해보고 있다. 꽤나 동영상 강의를 좋아하는 편이라, 스탠포드 대학의 CS193p 를 듣기 시작했다. 5년전에도 같은 강의를 들었었다. 개발자로서 구력이 5년차 즈음 되어서 보니 느낌이 새롭다. 취사 선택하면서 들어도 큰 무리가 없었다. 5년전에는 같은 강의를 들으면서도 개념 하나하나를 너무 세세하게 알고 넘어가려고 했기도 했다. 과거의 나는 개발이 더욱 미지의 세계라 필요 이상으로 떨면서 학습한 것이다. 과도하게 세세하게 이해하려고 집착하지 않으면서 그저 익숙해지려고 하거나, 과감하게 강의 코드를 나만의 스타일로 작성해보는 식으로 적절한 속도감과 재미 그리고 지적허영을 씹고뜯고맛보며 개발하고 있다. 속초에서 서울에 올라와서도 이태원 방을 빌려 코딩을 했다. 낯선 곳에서 낯선 것을 해보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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