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삶의 무기가 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다
2020-07-05

외고입시에 탈락 이후 여유로운 공부를 해보고 싶었었다. 그래서 독서토론 학원을 다녔다. 철학 책을 읽고 토론하는 수업이었다. 입시에 시달렸던 나는 쓸모없어 보이는 그 시간이 좋았다. 철학은 통찰력을 주는듯한 느낌이었다. 이것이 철학 독서의 시작이었다.

이후에도 나는 가끔씩 철학 관련 책을 읽었다. 고등학교에서는 소피의 세계라는 철학 소설을 읽었고, 대학교에서는 철학 수업을 여럿 들었다. 그러나 일을 시작한 뒤에는 다소 철학을 읽기 어려웠다. 1-2시간 집중할 시간을 내는 것이 힘들어서인지 예전만큼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최근 이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을 우연하게 구매했다. 이 책은 다양한 철학 사상들을 짧게 소개하고 있어 출퇴근 길에 읽기 좋았다. 다양한 주제를 빠른 호흡으로 알려주는 게 흥미를 잃지 않게 했다.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추상적인 생각도, 긴 고민 끝에 명쾌하고 간단하게 정리되는 순간에 희열을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가령 르망티상(ressentiment) 개념을 살펴보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들을 돌이켜 볼 수 있었다. 르망티상이란 약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 강자에게 품는 질투, 원한, 증오, 열등감 등이 뒤섞인 감정으로 한마디로 시기심이라고 정의한다. 이숍 우화 여우와 신포도에서 먹고 싶은 포도를 발견했지만 손이 닿지 않는 상황에서 여우가 "이 포도는 매우 신 게 분명해 누가 먹겠어!"하고 돌아서는 것과 비슷하다. 나도 때때로 굳이 좋은 것을 깎아내리려고 할 때가 있다. 가령 돈은 많을수록 좋은 것인데, 마치 돈을 원하지 않는 듯한 태도나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비합리적이다. 그저 내가 욕망하는 만큼 돈을 얻지 못하니, 그것을 마치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처럼 연기하는 것이다.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의 '안티소비에트-하버드 환상' 도 인상적으로 읽었다. 인과관계를 명확히 한 탑 다운 사고법이 오히려 지적 오만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일종의 겸손인데, 오히려 이런 이성적 사고 대신 어림짐작하거나 즉흥적으로 행동해볼 것을 권한다. 이성적으로 최적화된 길을 쫒는 게 오히려 시스템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비슷하게는 이분법적인 틀을 부수는 '탈 구축'개념도 소개한다. 한 번쯤은 너무나 구조화된 사고에 집착하지 않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란다.

철학은 정말 삶의 무기가 된다. 나에게는 무슨 일에 있어서 의미부여가 중요하다. 의미 부여하지 않겠다는 식의 의미부여도 해야만 한다. 의미부여와 생각은 행동을 다잡아준다. 생각은 나를 움직이게 한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나를 잡아먹지 않도록 또 생각으로 다스려야 한다. 생각을 생각으로 막아야 한다. 생각하지 않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 한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나는 생각하기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라 여긴다. 생각은 중요하다. 리듬감 있게 생각하려면, 생각을 확장하려면 연습이 꼭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살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역사적으로 인정받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엿보고 자극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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